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의 발전이 현실 속 고용 시장에 본격적인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디지털 기반 기술혁신과 인력수요 구조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업종은 음식숙박업과 운수물류업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음식숙박업에서는 오는 2028년까지 약 14.7%, 운수물류업은 2035년까지 21.9% 수준으로 고용이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단순 반복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운수물류업종에서는 자율주행 기술(9.0%)과 기계장비(8.6%), 자동차(8.0%)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으며, 향후 10년 내 관제 시스템, 업무 시스템, 고객 서비스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하역·적재와 같은 단순 업무 종사자는 현재 대비 35.7% 수준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음식숙박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능형 로봇 도입 비율이 15.9%에 이르며, 특히 고객 관리 분야에서의 자동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음식 단순 종사자(24.2%)와 매장 판매 종사자(24.6%)의 고용도 향후 3~4년 내 급감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AI 활용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생성 AI를 최소 한 개 이상의 업무에 도입했다는 응답은 71%로, 2023년(33%)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테크와 전문 서비스 업종에서는 각각 88%, 80%의 도입률을 기록하며 가장 활발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히 산업 구조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전통 직업의 존속과 문화적 가치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주 해녀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1950년대 제주 해녀들의 삶이 따뜻하게 그려지며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해녀라는 직업이 고령화와 청년 진입 단절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청년층에게 비인기 직종으로 분류되며, 해녀 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직업 감소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과 여성 생계노동의 전통,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온 방식이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술 발전이 노동을 대체하고 새로운 효율을 창출하는 시대, 우리는 어떤 직업을 지키고 어떤 문화를 전승할 것인가. 고용 변화는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의 방향을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답글 남기기